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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계 '미다스의 손' 김진영 KB금융지주 광고팀장
모든 분야 뉴스 꼼꼼 체크… 스토리 있다 싶으면 '뒷조사'
금융맨 답지 않은 인맥·정보력… 소외 종목 신예에 베팅 '대박'

" 김연아 선수가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 피겨 선수들이 자력으로는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연아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0등 안에 들면 1명을, 2등 안에 들면 2명을 데리고 나갈 수 있거든요. 결코 돈 때문이 아니에요."

"리듬체조는 심사위원들이 채점할 때 실력보다 경험을 더 중시합니다. 어린 선수들이 단번에 좋은 성적을 거두기 힘든 구조지요. 그래서 손연재 선수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더 많은 경험을 쌓도록 연간 1억원 이상 후원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러시아 훈련에 방해될까 봐 TV광고도 권하지 않아요."

세계적 한국 스포츠 스타들을 꿰뚫고 있는 이 사람은 체육계 인사가 아니라 KB금융지주의 김진영(43) 광고팀장이다. 운동선수 출신도 아니고 스포츠 전문 매니지먼트에 몸담았던 적도 없다. 1997년 국민카드로 입사해 국민은행을 거쳐 현재 KB금융지주까지 꼬박 15년간 광고ㆍ홍보를 하면서 쌓은 인맥과 정보력이 그에게 스포츠 유망주를 발굴하는 '미다스의 손'이란 명성을 안겨줬다.

김 팀장은 "금융 광고는 신뢰와 안정이 중요한데 당시의 인기 모델로 광고를 만들다 보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래서 연예인보다 스토리가 있는 운동선수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가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처음 발탁한 선수가 김연아, 박태환, 손연재다.

이런 성과를 보고 많은 광고인들이 그의 '촉'을 궁금해할 텐데, 그가 공개한 모델 발탁 비결은 단순했다. 매일 사회, 문화, 경제, 스포츠 등 모든 분야 뉴스를 꼼꼼히 찾아 읽는 것이다. 김연아 선수가 대표적 사례다.

김 팀장은 "2006년 KB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려다 실패했을 때 그룹 내 상실감이 컸다. 당시 경영진으로부터 '우리 힘만으로도 세계적 은행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만들라'는 숙제를 받았는데 그날 눈에 띈 뉴스가 마침 '고등학교 1학년 김연아 선수가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피겨는 비인기종목이었고 김연아 선수가 유명하지 않을 때였다. 하지만 김 팀장은 '대한민국 1등을 넘어서'라는 KB금융의 광고 콘셉트와 딱 맞는다고 판단해 김연아 선수와 접촉했고, 광고촬영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김 팀장은 "연아에게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3등만 하라고 격려했는데 금메달을 땄다. 게다가 인터뷰에서 우리 광고를 찍은 사실도 언급을 하면서 화제가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기사 탐독만으로 광고계 미다스의 손이 됐을 리는 없을 터. 그는 모델을 최종 발탁하기 전 철저히 사전 검증을 한다. 2009년 가수 이승기를 모델로 쓰기 전에 팬카페에 가입해 3개월 간 활동하기도 했다. 팬들이 '신상털기'한 정보를 올리는 게시글과 댓글을 보면 그 연예인의 과거와 성격, 연애사까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지금껏 모델로 발탁한 연예인은 문근영과 이승기 딱 2명뿐"이라며 "특히 이승기는 부모님이 국민은행과 통합한 주택은행 출신이라 KB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의 이런 노력 덕분에 광고계에서 KB금융은 '광고모델 사관학교'로 통한다. 김 팀장이 발굴한 모델들이 전파를 탔다 하면 뒤따라 대기업들이 이들을 광고모델로 낙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승 승장구만 했을 것 같은 김 팀장도 쓰디쓴 경험이 있다. 2002년 국민카드 모델로 박찬호 야구선수를 기용했는데 공교롭게도 성적이 좋지 않았다. 반면 경쟁사인 삼성카드는 히딩크의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비씨카드는 탤런트 김정은의 "부자되세요"로 대박을 터뜨렸다. 당시 김 팀장은 "검증된 유명 운동선수도 부상과 슬럼프 등 리스크가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면서 "비인기종목 유망주들을 발굴하면 사회공헌 성격도 있고 광고의 성패가 선수 성적에 크게 좌우되지도 않는다고 생각한 것도 이때부터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실패를 발판 삼아 재능은 있지만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은 선수를 발굴해 후원하는 체제를 금융계 최초로 도입했다. 후원 선수를 광고 모델로 쓸 경우엔 별도 광고 계약을 맺었다. 이렇게 KB금융은 2007년 김연아 선수를 시작으로 2009년 손연재 선수, 올해부터는 컬링 여자 국가대표팀과 김해진 피겨 선수 등을 후원하고 있다.

KB금융 후원 선수들의 성공신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손연재 선수는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리듬체조 역사상 처음으로 결선에 진출해 5위를 기록했고 컬링팀은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첫 4강에 올랐다. 김해진 선수는 지난달 29일 슬로베니아 블레드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주니어 그랑프리5차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

김 팀장은 "KB가 소외 종목 유망주를 발굴해 이들의 성공을 돕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KB와 함께하면 성공한다'는 메시지가 온 국민들에게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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